[아이티데일리] 챗GPT가 생성형 AI 시장의 포문을 연 지 약 2년이 지났다. 그 2년 동안 생성형 AI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국내외 많은 기업이 기술 역량을 집중해 언어모델 개발에 나섰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을 속속 발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기업 규모, 처한 상황에 따라 개발 방향은 달랐다.
글로벌 빅테크가 천문학적인 자금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동안, 대부분 국내 업체들은 무리하게 거대한 AI를 만들기보다 특정 분야에서 적은 비용으로 높은 활용도를 끌어낼 수 있는 sLLM(소형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환각 현상을 줄이기 위해 RAG(검색 증강 생성)를 도입하는가 하면, 파인튜닝(Fine-tuning, 미세조정)으로 만든 도메인 특화 모델도 시장에 내놓았다.
많은 국내 업체는 공공, 금융 중심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주요 업체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시장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어서 8월호에서는 글로벌 주요 기업의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공공·금융 사례 확보 나선 국내 업계 (2024년 7월호)
모델 고도화 경쟁, 그 다음을 준비하는 해외 업계(2024년 8월호)
네이버클라우드 |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로 사업 다각화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8월 공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한컴, 폴라리스오피스, 크라우드웍스, 이스트소프트 등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부터 미래에셋증권, 금융감독원, 천재교과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및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내 AI 도입을 위한 B2B 솔루션도 마련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0월, 데이터 유출에 민감한 기업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Neurocloud for HyperCLOVA X)’를 공개했다. 이 솔루션은 데이터센터 내부 폐쇄망으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 기업이 원하는 보안 정책을 준수하면서도 생성형 AI를 학습,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도입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소형 모델도 선보였다. 올해 4월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의 신규 모델 ‘대시(HCX-DASH)’는 기존 모델보다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컴퓨팅 자원 활용을 효율화해 속도를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대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AI 모델을 출시해 기업들의 제품 선택폭을 확대해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주목하는 분야는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생성형 AI 시장이 커지며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자국어 기반으로 국가의 문화·사회적 맥락을 잘 이해하는 소버린 AI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중동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 AI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자사 업무용 협업툴 ‘네이버웍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탑재해 AI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 및 이해도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AI 튜터’도 선보였다.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한 1,1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업스테이지 | ‘솔라’로 국내 넘어 글로벌 AI 시장 공략
업스테이지는 지난 1월 자사 대표 AI 모델 ‘솔라’를 경량화하고 속도, 성능을 최적화한 ‘솔라 미니’를 선보였다. 특히 솔라 미니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AI 모델을 제공하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점프스타트’에 대표 사전학습 모델로 채택돼 전 세계 AWS 고객이 손쉽게 활용 및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솔라 미니보다 더 큰 매개변수를 갖춘 ‘솔라 프로’도 개발 중이다.
업스테이지의 핵심은 ‘프라이빗(Private) LLM’이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범용 모델은 외부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 보안 강화를 위해 기업 분리망·폐쇄망에 온프레미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API를 통한 LLM 도입도 지원한다. 현재 센드버드, 스윗(Swit), 원티드랩 등 주요 IT 기업을 포함한 400여 곳에서 API로 AI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이름을 알렸던 업스테이지는 본격적인 사업화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신한투자증권·케이뱅크와 금융 특화 모델, 로앤컴퍼니와 법률 특화 모델 구축 계약을 맺었다. 인텔과 손잡고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솔라를 온디바이스(On-Device) AI로 최적화하는 등 여러 글로벌 기업과 협력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큰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최근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실리콘밸리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솔라와 OCR(광학 문자 인식) 솔루션 ‘다큐먼트 AI’를 앞세워 현지 엔터프라이즈 기업과 협력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미국 외에 유럽, 일본 및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솔라 기반의 LLM 생태계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베트남 AI 기업 ‘헤카테(Hekate)’와 협약을 맺고 현지 대학생 대상 AI 서머캠프를 개최했으며, 미국에서는 AI 개발자 대상 해커톤을 주최하기도 했다. 향후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베트남 등 현지 대학과 접점을 늘리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바이브컴퍼니 | ‘바이브젬’ 기반 솔루션으로 업무 효율성 제고
바이브컴퍼니(이하 바이브)는 지난 5월 토큰 2.5조 개를 사전 학습한 파라미터 14B(140억 개) sLLM인 ‘바이브젬(GeM) 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지난해 출시한 기존 모델이 RAG에 집중했다면, 바이브젬 2는 여기에 코딩, 번역, 멀티턴(Multi-turn) 대화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브 관계자는 “바이브젬 2는 이전보다 적은 메모리를 사용해 더 빠른 생성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높였다. 내부적으로 진행한 한국어 작업 성능 미세조정(파인튜닝) 결과에서 GPT-3.5와 메타의 라마2(Llama 2) 13B 모델보다 높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바이브는 특히 바이브젬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 서비스 등을 출시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RAG 기반 AI 검색 솔루션인 ‘바이브 서치(VAIV Search)’를 비롯해 챗봇, 리포트 코파일럿, 뉴스다이제스트 등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2010년부터 이어온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Sometrend)’에도 보고서 초안 자동 생성 등 AI 기술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바이브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거대 AI 활용지원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수요기업 및 기관과 매칭을 통해 37건의 기술 검증을 추진했으며, 올해도 공급기업으로 선정돼 일대일 기업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도서관과 외교부에서 바이브 서치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바이브는 지난해 지원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발판 삼아 AI 솔루션 기반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바이브 관계자는 “창립 이래로 고객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 개발한 sLLM ‘바이브젬’은 그 정점에 있는 기술”이라며 “올해 목표는 생성형 AI 사업 분야, 그중에서도 sLLM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AI 전환을 가능케 하는 맞춤형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솔트룩스 | ‘루시아’로 일상에 스며드는 LLM 서비스 구현
솔트룩스는 자체 개발한 LLM인 ‘루시아(LUXIA)’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차세대 AI 모델 ‘루시아2’를 공개했다.
솔트룩스 관계자는 “루시아2는 이전 모델에 비교해 입력 토큰을 6만 4천 개 수준으로 확대했고, 토크나이저 효율성도 20% 높였다. 한국어·영어를 교차 지원하며 다국어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금융, 법률, 의료 등 전문 분야에 대한 답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는 루시아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여러 기업과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크레소티,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사이버라인, 폴라리스오피스 등 의료부터 금융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약을 맺고, 해당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LLM 및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하드웨어 일체형 어플라이언스 ‘루시아 온’을 통해 LLM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 빠른 AI 내재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LM 기술을 활용해 서울교통공사에 안전 챗GPT 구축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솔트룩스는 ‘루시아’를 기반으로 챗봇, 지능형 검색, 비정형 데이터 분석,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 등을 결합, 신뢰성 높은 답변을 제공하는 Q&A 서비스를 개발했다. 해당 서비스에 한국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등 유관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기능도 더했다. 이 밖에도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기술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솔트룩스 관계자는 “루시아의 일 사용자를 100만 명 이상으로 늘리고, 100개 이상의 상용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흑자 전환을 위한 수익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전 국민 일상에 솔트룩스가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LLM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거나이즈 | 필요 업무 기능 손쉽게 도입하는 ‘알리 LLM 앱 마켓’
올거나이즈는 필요한 LLM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골라 직군별 업무에 손쉽게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알리 LLM 앱 마켓(Alli LLM App Market)’을 운영 중이다. 앱 마켓에 올라와 있는 것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sLLM으로 기업 내부 전문용어 등을 반영한 앱을 구축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지원한다.
편리한 앱 개발을 위해 현업 담당자도 노코드 형태로 보고서 요약, 데이터 시각화 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알리 LLM 앱 빌더(App Bulider)’도 서비스하고 있다. 알리 LLM 앱 빌더는 GPT-4o 등 최신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모델별 프롬프트 최적화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메타의 라마3(Llama 3)를 기반으로 한국어 성능을 높인 sLLM ‘알파-인스트럭트(Alpha-Instruct)’를 공개했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한국어 언어모델의 다분야 사고력을 측정하는 ‘로직kor(Logickor)’ 벤치마크에서 파라미터 8B(80억 개) 모델 중 뛰어난 점수를 기록했다. 글쓰기, 이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만큼 한국어 문서 생성 및 요약 등에서 실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파-인스트럭트 이외에도 금융에 특화된 ‘알파-F(Finance)’를 출시했으며, 앞으로 분야별 전문 LLM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올거나이즈는 현재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AI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특히 일본에서 미쓰이스미모토(SMBC) 금융그룹, 리테일 기업 AEON, 민간 통신사 KDDI, 화장품 기업 KAO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에서도 트래블러스, 오클라호마 주정부 등에 자사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며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총매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며 “올해는 국내 금융권의 AI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2025년 말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후 일본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뤼튼테크놀로지스 |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하는 AI 서비스 플랫폼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는 대중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AI 검색, AI 캐릭터, 데일리 키워드 리포트 등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며, GPT, 클로드(Claude) 등 해외 유수의 LLM을 뤼튼 내 서비스에 연결해 사용자가 여러 가지 모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뤼튼 관계자는 “뤼튼은 인터넷 시대의 네이버, 메신저 시대의 카카오톡처럼 생성형 AI 시장에서의 ‘첫 화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색·엔터·소셜 등 여러 기능을 종합해 사용자에게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단일 LLM으로는 어려웠던 실시간 정보 검색이 가능한 ‘AI 검색’과 사용자가 나만의 캐릭터를 생성, 공유하는 ‘AI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뤼튼은 지난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AI 기반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프리시리즈 B(Pre-Series B) 라운드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250억 원을 유치했다. 이로써 뤼튼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440억 원을 기록했다.
뤼튼이 앞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과거 학생들이 PC와 인터넷을 통해 IT와 빠르게 가까워진 것처럼, AI도 초기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뤼튼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20대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교육 영역을 확장, 생성형 AI 확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러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범교사단·자격시험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교육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뤼튼 관계자는 “뤼튼의 지향점은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고도화에 주력함으로써 AI 대중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