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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RPA 도입, 현업이 주도해야 성공

Date 2019.01.29 Hits 1,380

금융권에서 대세처럼 굳어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IT부서 주도형 모델보다 현업 주도형 모델이 오히려 성공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28일 BI코리아 인터뷰에서 “최근 RPA 구축 실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IT부서가 서버기반 컴퓨팅 시스템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PA’는 인적 자원이 수행하던 규칙 기반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이른바 ‘디지털 노동력’을 일컫는다.


이 전문가는 “RPA는 서버기반 시스템으로 해석하면 오판”이라며 “철저하게 엔드유저 컴퓨팅이라는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그나마 현업 사용자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서버 기반 IT애플리케이션으로 해석하면 스크립터를 수행해야 하고, 이는 현업 사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관련사례를 한 가지 소개했다.


A회사가 RPA 도입을 위해 엔드유저 방식의 RPA와 개발자 지원이 수행된 RPA 도입을 놓고 PoC를 수행했다.


IT부서 인력, 현업 사용자 모두 참관하는 이 PoC 수행을 위해 A회사는 사전에 하나의 버그를 심어놓았다.


엔드유저 방식의 RPA는 전체 프로세스를 수행하다가, 이 버그가 나타나자 프로그램 기능 중 한두 가지를 우회하면서 다소 시간이 걸렸다.


PoC를 마치자, 현업 사용자 측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개발자 지원이 수행된 RPA PoC 순서. 엔드유저 방식의 RPA PoC 수행과 같은 버그가 나타났고, 개발자가 소스코드를 열어 버그를 수정, 완료했다.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처리였고, PoC 수행시간도 엔드유저 방식의 RPA보다 빨랐다.


그러나, 현업 사용자 반응은 시큰둥.


익명의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RPA를 왜 도입하려고 하나. 다 수작업에 의존하는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금융회사에서 수작업에 의존하는 업무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다. 이들 업무는 또 촌각을 다투는 업무들이다. 이를 RPA로 수행하는데 또 서버가 뭐고, 개발자가 어떻고 하면 현업이 좋아하겠는가”라며 일갈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KT 로밍센터 얘기다.


글로벌 1000여개 통신회사 중 KT는 약 500여개 통신사와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500여개 회사와 KT는 약 1개월에 한번씩 정산해야 한다. 각종 계산서, 청구서가 PDF 파일로 전달돼 온다.


로밍센터 직원들은 1개월에 한번꼴로 3~4일씩 고생하며 ‘상호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지난 2018년, RPA시스템을 구축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전문가는 “한 1억 가량 투자한 것으로 보이는데, 로밍센터 입장에서 접근해 RPA를 도입한 게 아니다 보니 현업 사용자 불편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 같다”며 “예를 들어, PDF 파일이 액셀파일로 손쉽게 전환되는데, 이를 정작 RPA 프로그램과 호환하려니 잘 안되고 등...KT DS가 유지보수비를 청구하면서 아예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검증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하며 쓰는지 안 쓰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현재 신한은행이 2단계 RPA 투자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은행 홈페이지에 공고된 내용을 보면, 10개 부서 15개 과제에 대해 RPA를 확산, 적용한다는 것이다.

 

15개 과제는 개인여신 심사서류 이미지 첨부, 기업여신 심사서류 이미지 첨부, 신용평가 심사 서류 이미지 첨부, SPC 재무제표 작성 송부, 자동차 등록원부 조회 및 첨부, 부동산 공부서류 이미지 첨부, 이차보전대출 제외등록 업무, 수출입은행 신고수리 월보 자료작성, 당발송금 SSI 거래 추출 및 검증, 타발(MT950)내도 및 결제자금 확인대상 조회등록, 외화자금대사, 외화현금 대사, DB/DC 지급 일괄접수, 미납퇴직금 입금 조회 및 미입금계좌 통지, e메일 퇴직접수 프로세스 수행 등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신한은행 사업에서 2가지 관전포인트가 있다. 우선, 애초 도입했던 블루프리즘 솔루션을 왜 교체하는가 하는 점 그리고 인지소프트의 행보”라고 전했다.


RPA 2단계 확산 사업에서 신한은행은 1단계에서 구축한 블루프리즘 교체를 적극 검토한다.


이 전문가는 “사실, 멀쩡한 솔루션 왜 바꾸겠는가. 사용자가 불편하다는 얘기”라며 “신한은행이 이번에도 IT부서 주도로 RPA를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현업 사용자 PC에 오피스 프로그램 하나 설치해주듯, 편리하게 RPA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RPA도입 궁극의 목적이 달성된다는 설명이다. 


또 이 전문가는 “신한은행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각종 이미지의 RPA 적용이다. 사실, RPA에 있어 이미지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인식율도 떨어지지만 이미지가 포함된 문서 등이 표준화 돼 있지 않다보니 RPA 솔루션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미지의 정교한 RPA처리는 보다 고도화된 AI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이미지시스템 전문 회사 인지소프트가 2018년 하반기부터 RPA 시장에 뛰어든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기존 이미지시스템 구축 경험을 앞세워 인지소프트가 RPA 시장에 진출한 점은, RPA가 이미지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한은행 ‘RPA 전행확산 프로젝트 Ⅱ’ 사업에 그 어렵다는 이미지 관련 사업이 많고, 서춘석 수석부행장과 인지소프트 최태일 대표는 고교(덕수상고) 동문이고.

참 공교롭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